2026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제5회 환동해컵 국제요트대회가 열렸습니다. J70 클래스 여섯 척이 여섯 번의 레이스를 치렀고, 아스테리아는 세일번호 05번 팀 아스테리아로 나섰습니다.
총점 9점, 종합 2위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결과는 총점 9점, 종합 2위였습니다.
팀 아스테리아는 평일에 각자의 일을 하고 주말에 바다로 나오는 사람들로 꾸려졌습니다. 이번에 탄 크루 중 요트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클럽에서 연습하고 이론을 공부해 온 시간이 이 팀이 가진 전부였습니다.
여섯 번의 레이스 내내 상위권을 지켰고, 마지막 두 레이스는 1위로 끝냈습니다.
손에 쥔 것은 낡은 요트였습니다
배정받은 요트는 마스트가 한 번 부러졌다 이어 붙인 것이었습니다. 규격보다 마스트가 짧았고, 짧은 마스트는 같은 바람에서 덜 나간다는 뜻입니다. 지급받은 메인세일도 낡았고 찢어진 곳까지 있었습니다.
스키퍼 최명규 팀장이 대회장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불평이 아니라 튜닝이었습니다.
매뉴얼을 벗어난 세팅, 최 팀장의 레시피
J70에는 제조사가 배포하는 튜닝 매뉴얼이 있습니다. 바람 세기별로 스테이를 얼마나 당길지 숫자로 정리된 표이고, 보통은 그 표의 기준값에 맞춰 세팅하고 물에 나갑니다.
최 팀장은 그 기준에서 벗어났습니다. 포어스테이는 기준보다 더 주고 사이드스테이는 반대로 더 내렸습니다. 마스트를 세우는 각도와 돛에 힘이 걸리는 중심 위치까지 여러 곳을 조금씩 손봤습니다. 매뉴얼이 전제한 요트와 지금 발밑의 요트가 다르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어느 매뉴얼에도 없는 조합입니다. 오랜 시간 요트를 타며 자기 손으로 찾아낸, 그만의 비밀 레시피입니다.
그렇게 세팅한 요트는 빠른 요트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바람 쪽으로 더 높이 붙었습니다. 속도로 겨루는 대신 코스로 겨루는 요트가 된 것입니다.
핏맨 LDJ에게 현장 인터뷰를 했습니다
<strong>— 요트 상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strong><br>조건만 보면 좋지 않았어요. 마스트는 짧고 세일은 낡았고. 그런데 팀장님이 튜닝을 다시 잡았어요. 매뉴얼 기준에서 벗어난 세팅이었는데, 물에 나가보니 우리가 위로 더 붙더라고요.
<strong>—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게 뭡니까.</strong><br>솔직히 메달보다 튜닝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매뉴얼대로만 맞췄거든요. 이번엔 그 과정을 옆에서 다 봤습니다. 숫자만 받은 게 아니라 뭘 보고 왜 그렇게 손대는지, 한 경기 뛰고 나서 뭘 근거로 다시 만지는지를 같이 겪은 거죠. 예전에 부산에서 이유도 모르고 뒤처졌던 적이 있는데, 그게 왜 그랬는지 이번에 알았어요.
<strong>— 핏맨 자리는 어떤 일을 합니까.</strong><br>마크 돌 때 몇 초에 다 몰려요. 백라인 놓는 순서, 핼리어드 당기는 속도, 하나만 어긋나도 요트가 그 자리에서 섭니다. 이건 연습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대회 앞두고도 세일 올리고 내리는 것만 계속 했습니다.
<strong>— 경기를 마치고 소감이 있을까요?</strong><br>경기 중에 팀장님이 저희 보고 선수들 90% 정도 퍼포먼스는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클럽에서 연습하고 공부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그 말이 제일 기분 좋았습니다.
트리머 KJM에게도 현장 인터뷰를 했습니다
<strong>— 경기를 치르면서 팀이 달라진 게 느껴졌나요.</strong><br>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팀빌딩이 좋아졌어요. 성적도 3위, 2위, 1위로 올라갔고요. 서로 조언을 주고받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시너지가 났습니다.
<strong>— 이번 세팅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strong><br>최 팀장님이 이전 대회에서 상대 팀의 퍼포먼스를 보시고 몇 주간 연구를 거듭한 방법이었어요. 대회 전까지 극비리에 진행했는데, 제가 목소리가 커서 거의 누설할 뻔했습니다.
<strong>— 대회장 분위기는 어땠나요.</strong><br>대회 내내 경쟁 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1일차 뒤풀이 때 평택팀 박기동 감독님께서 저희 팀에 좋은 평가를 주셔서 다들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strong>— 어떤 이야기였습니까.</strong><br>"자이빙을 하면 앞서 가던 다른 팀들은 요트 한두 척 길이만큼 따라잡는데, 이 팀은 따라잡히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선수들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실수가 한 번도 없었던 날
토요일은 바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벼운 바람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그대로 순위가 됩니다. 이날 팀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습니다. 최 팀장은 3위 정도만 지키려던 생각을 경기 중에 바꿨습니다.
인원은 단출했습니다. 최 팀장이 스키퍼와 메인세일, LDJ가 핏맨, KJM이 세일 핸들링과 메인 트래블러를 맡았습니다. 여기에 최 팀장과 몇 차례 합을 맞춰본 송 크루가 함께 탔습니다. 요트의 밸런스를 잡는 일은 LDJ와 KJM이 계속 맡았습니다.
첫 레이스는 튜닝 직후라 감각이 붙지 않아 3위였습니다. 한 경기 뛰자마자 다시 조정했고 2·3레이스는 연속 2위였습니다. 그리고 이 첫 3점은 대회가 끝날 때 버린 점수가 됐습니다. 팀 아스테리아는 자기 최악의 성적이 3위인 대회를 치른 셈입니다.
뒤로 밀린 뒤, 마지막 두 레이스를 1위로 끝냈습니다
일요일에도 바람이 오지 않아 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출발선에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로가 막혀 피하려고 세일을 내렸다 올리는 사이 마크에 닿았습니다. 규정대로 페널티 턴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순위는 한참 뒤였습니다.
이때 최 팀장이 한 말은 순위를 포기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수만 안 하면 따라잡는다." 그는 코스를 읽고 풍하 마크에서 여러 척이 한 덩어리로 겹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대로 됐습니다.
팀은 자이빙을 연달아 걸어 안쪽을 잡고 스타보드 태크로 진입해 우선권을 가졌습니다. 규칙에 맞게 안쪽 자리를 지키며 마크를 돌아 나왔고, 그 한 구간에서 순위를 크게 되돌렸습니다. 스키퍼 혼자 만들 수 없는 장면입니다. 한 번만 버벅였어도 기회는 지나갔습니다.
이날 팀 아스테리아는 5레이스와 6레이스를 모두 1위로 끝냈습니다. 페널티로 시작한 날을 연속 1위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것
낡은 요트를 받아 들고 종합 2위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장비를 탓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팀이 대회 내내 한 일은 주어진 요트를 읽고 세팅을 고쳐 잡는 것이었습니다. 최 팀장을 보며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회였습니다.
다음 무대는 이순신장군배입니다.
